2008년 8월 5일 화요일

자사호란?

<<자사차호란 무엇인가? >>

넓은 의미에서 자사차호(紫砂茶壺)는 자사로 만든 차(茶) 우리는 그릇을 가리킨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자사차호는 중국 이싱(宜興)에서 나는 독특한 광물질인 자사를 재료로 삼아야 하고, 자사공예의 제작규범을 따라야 하며, 이싱에서 만들어진 차호여야 한다. 즉 자사차호란 엄밀하게 이싱 자사차호인 것이다.

이싱 자사차호는 그 이름과 달리 자색빛의 차호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성질을 가진 자사 원료일지라도 그것으로 만들어낸 차호의 색상은 여러 가지여서, 붉은빛·자줏빛·검은빛·풀빛·배껍질빛 등의 차호가 나오는데, 이것들도 모두 자사차호라고 부른다. 즉 자사차호는 겉으로 드러나는 차호의 빛깔을 가리키는 말이기 이전에 자사라는 특정 재료에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볼 수 있다.

진품 자사차호는 상대적으로 고가품이다. 그것을 만드는 재료의 채취과정과 제련과정이 복잡하고 제작기법도 섬세할 뿐 아니라 원칙적으로 수공작업에 의존해야 하며, 굽는 과정에서도 고온을 써야 하고 이로 말미암아 수축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는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겉모양과 빛깔뿐인 가짜 자사차호와 진품 자사차호 사이의 가격 차이는 결코 만만치 않다. 더구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자사 원료 자체가 희소가치를 지니게 되어 그 가격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사차호는 그 성질의 우수성으로 말미암아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공작업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특징 때문에 예술가치가 높은 수장품으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자사차호의 재료Ⅰ

이싱에는 자사의 원산지인 황룽산(黃龍山)이 있는 바, 이 산을 일러 이른바 자사의 본산(本山) 또는 갑산(甲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밖에도 칭룽산(靑龍山)이나 단산(段山)이나 양자오산(羊角山)이나 샹산(香山) 등이 있는데, 각 산들에서 나는 자사의 재료는 성질이나 빛깔에서 조금씩 다르다.

자사니 가운데 가장 핵심에 들어 있는 양질의 광물질을 일러 니중니(泥中泥, 본산니 가운데 본산니)나 갑니 또는 갑급니(甲級泥)라고 부르며, 이것이 자사차호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자사의 광물 원석을 중심으로 살펴볼 경우, 자사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자니와 홍니와 녹니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지표에서 가장 가까운 층에 주로 있는 원석 자니를 소성하면, 자색·이피(梨皮, 배껍질)색이라고 부르는 황색·회흑색의 남니(중국 사람들은 흑색이라고 표현함)라고 하는 세 가지 최종 니료(泥料)가 나오게 된다.

다음으로 자니보다 깊은 층에 있는 것이 원석 홍니인데, 이 붉은 색의 돌덩어리를 흔히 석황(石黃)이라고도 표현하는 바, 이것을 소성시키면 붉은색인 주니와 남니 두 종류의 최종 니료가 나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원석 녹니는 외형상 광석의 외면에서 녹색을 띠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소성시키면 황니와 녹니 두 가지 최종 니료를 얻게 된다.

자사차호의 재료Ⅱ

먼저 자사원석을 캐야 하고, 그것을 다시 잘게 부수면서 불에 구워야 하는데 이를 일러 ‘소성’(燒成)이라 부른다. 소성과정을 통해 일반 도토(陶土)가 가지는 점성을 얻을 뿐 아니라 자사라는 암석만이 가진 독특한 특성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소성을 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그것을 가루로 내어 곱게 만들고 또 그것을 물과 배합하여 진흙덩어리와 비슷한 형태로 만든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공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진흙 같은 형태의 자사 니료를 가지고 곧바로 차호를 만들 수도 있지만, 습도를 유지하면서 ‘묵히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을 일러 ‘존방’(存放) 또는 ‘진방’(陳放)이라 부른다. 존방을 함으로써, 불완전하게 공존하고 있던 흙의 성질과 암석의 성질이 서로 작용하여 독특한 성질을 가진 물질이 된다. 따라서 오래 존방한 니료일수록 자사차호를 만드는 좋은 재료라고 볼 수 있는 바, 이런 자사니료를 일러 ‘노니’(老泥)라고 부른다.

마방이나 수니창을 통해 생산되는 자사재료에는 대개 다섯 가지 색이 나타난다. 그 가운데 자색을 띠는 것이 많은데, 이를 일러 자니(紫泥)라고 부르며, 그 밖에 붉은빛을 띠는 주니(朱泥)가 있고, 검은 빛을 띠는 흑니(黑泥)도 있으며, 또 풀빛을 많이 띠는 녹니(綠泥)와 쌀색이나 배껍질색에 가까운 단니(段泥)가 있다. 이것을 일러 일반적으로 자사의 5색이라고 부른다.

자사차호의 제작

먼저 어떤 모습의 얼마만한 차호를 만들지에 대해 설계를 해야 한다. 설계가 완성되면, 이제 니료를 두들겨서 니료편을 만든다. 그리고 설계에 맞추어 니료를 재단하되, 중심이 되는 차호몸 부분부터 재단하여 몸통을 만든다.

몸통을 만든 다음에는 바닥부분을 만들어 붙이고, 몸통을 고정시키기 위해 뚜껑과 맞물리는 윗부분까지 붙여둔다.

다음으로 찻물이 흘러나갈 구멍을 만들고 거기에다 부리 부분을 만들어 구멍을 뚫어서 붙이며, 손잡이 부분도 만들어 붙이되, 몸통과 부리와 손잡이가 보통 수평이 되도록 한다.

그러면 이제 뚜껑과 맞물리는 부분에 붙여둔 것을 잘라내고 거기에 맞추어 뚜껑을 만든다.

이처럼 모양이 완성되면 차호몸의 내부를 다듬고, 바깥부분도 설계한 내용에 따라 알맞게 다듬는다. 그런 다음 필요한 부분에 낙관을 찍고 항아리 등에 넣어 햇빛에 노출시키지 않고 천천히 말린다.

자사차호를 구울 때, 지난날에는 ‘용요’(龍窯)라고 불리는 거대한 가마를 썼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현대화된 전기가마나 가스가마를 쓴다. 그것이 1,200℃라는 온도를 맞추기에 쉽고 굽는 시간도 짧기 때문이다.

자사차호의 형태와 종류

기본 형태에서 자사차호는 차호몸과 차호뚜껑으로 구성된다. 이 두 가지는 자사차호의 절대적 구성요소다.

다음으로 차호몸에는 찻물을 토해내는 부분과 손으로 잡는 부분 및 뚜껑과 맞물리는 부분 그리고 바닥과 차호의 배 부분이 있어야 한다. 찻물을 토해내는 부분은 다시 몸체와 연결되는 구비 부분과 찻물이 나오는 부리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뚜껑부분은 몸체와 맞물리는 입술 부분과 공기구멍 및 공기구멍을 포함하는 뚜껑구슬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런 구성요소를 가진 차호들은 다시 다양한 형태로 나누어지는데,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나눌 수 있겠지만, 크게 보면 서너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차호몸이 둥근 원형으로 된 자사차호를 꼽을 수 있는데, 이 형태의 차호를 일러 보통 원형차호(圓形茶壺) 또는 원형기(圓形器)라 부른다.

둘째, 차호몸이 각지게 생긴 자사차호를 들 수 있는데, 이를 일러 방형차호(方形茶壺) 또는 방형기(方形器)라고 부른다.

셋째, 넓은 의미에서 자연 사물을 모사한 자연형차호(自然形茶壺)가 있다. 자연형 차호는 다시 화형기(花形器)와 근문기(筋紋器)로 구분하는 것이다.

자사차호의 특징

엄밀한 의미의 자사는 도자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일반 재료와 달리 이싱의 서남부 지역에서만 나는 독특한 광물질이다. 또 이싱 자사차호가 붉은빛과 검은빛 등을 내는 까닭은 재료 자체의 특성 때문이지 색료를 섞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사차호는 원칙적으로 수공제품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싱 자사차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질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이싱 자사차호는 열전도율이 높다. 구리나 쇠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열전도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 재질에 그런 광물질이 다량 함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1,2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졌기 때문이다.

둘째, 열전도율이 높은 대개의 물질들이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과 달리 자사차호는 제대로 만든 옹기처럼 숨을 잘 쉰다. 특히 우수한 자사차호는 차를 우리는 짧은 시간 사이에도 숨을 쉬어, 우려낸 차의 맛과 색과 향을 다르게 만든다. 자사의 재질이 갖추고 있는 광물적 성질과 제작기법의 정교함으로 말미암아 자사차호가 상당히 얇기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자사에 함유된 광물 성분에는 인체에 유익한 요소들이 아주 많은 것으로 밝혀진 바, 이싱 자사차호는 건강에 유익하다.

넷째, 차를 우리면서 차의 성질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차호에는 반드시 적정 온도를 길게 유지하는 보온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사차호는 상당히 얇으면서도 그런 점에서 매우 우수한 성질을 갖추고 있다.

다섯째, 차의 기운을 잘 살려낸다는 전통적인 관점을 보다 현대적인 측면으로 바꿀 때, 좋은 차호는 웬만한 고온에서 특별한 내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엄청난 고온에서 구워낸 자사차호는 그런 점에서도 아주 뛰어난 장점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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