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일 토요일

보이차 이야기 22 (마지막)

'보이차이야기' 연재를 마치며

짱유화교수의 보이차 이야기 마지막회

보이차의 복성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썬페이핑(沈培平) 사모시(思茅市) 시장.

우리가 보이차를 기억하는 열쇠는 여러 가지다. 그만큼 ‘이야기 자산’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누군가 ‘보이차는 이야기로 마시는 차’라 했다. 처음엔 중후한 찻빛에 마음이 끌리고 다음으로는 찻잔을 돌려 취하는 보이차의 향, 머금었을 때 입안을 조이는 천(千)의 맛 그리고 목젖을 타고 넘는 저릿한 촉감 등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다가온다. 이렇듯 보이차는 어떤 차보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차다.

보이차의 분위기는 와인과 많이 닮아 있다. 와인은 술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비즈니스에서 협상을 좀 더 부드럽게 진행시켜주는 훌륭한 매개체다. 보이차도 와인만큼이나 비즈니스의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이자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만드는 과정을 보면 산지와 품종, 찻잎의 수학, 원료의 고르기 등 조건들이 와인과 별반차이가 없다. 저장과정을 보면 발효에서 숙성까지 와인과 쌍둥이처럼 쏙 빼닮았다. 와인 병을 잘 보관하면 숙성이 잘 되어 맛이 더욱 좋듯 보이차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더 개선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차는 와인과 전혀 다른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쉽게 말해 와인은 가격만 있지만 보이차는 가격과 함께 ‘짝퉁’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와인의 모든 정보는 라벨에서 제공된다. 로고, 빈티지, 상표, 등급 그리고 병 입지와 로트번호 등 모든 정보를 상세히 표기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물론 보이차에도 라벨이 있다. 포장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 글귀를 믿지 않는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달리 쓰여 지는 것이 보이차의 라벨문구다. 야생, 교목, 노차수(老茶樹) 등 원료의 선택부터 이무(易武), 반장(班章) 등 산지의 출신까지, 정보가 아닌 거짓 글귀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보이차의 현주소다. 그 결과 보이차는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아무도 믿지 않는 활자는 죽은 글씨에 불과하다.

죽어가는 보이차 시장을 살리고자 헌신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썬패이핑(沈培平) 사모시(思茅市) 시장이다. 정부 관료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차의 신뢰문제와 경제적 지위향상 그리고 차농(茶農)문제 해결에 밤낮으로 헌신적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보이차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기위해 지금도 보이차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는 “보이차의 발전과 신뢰는 정보의 투명화에 달려있고, 이러한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정부의 몫이 크다. 임기 동안 이를 차질 없이 실행에 옮겨 보이차를 와인과 같은 개런티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갈 것이다”고 다짐한다. 지금 보이차계에서 그를 ‘보이차의 복성(福星)’이라 칭송하고 있다. 나는 믿는다. 보이차의 복성이 많이 나올수록 보이차는 와인과 더불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서 있는 현재를 창조하고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연재를 시작하며’를 쓴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다. 아직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남아 있는데 마침표를 찍어야하니 왠지 마음 한구석에 미련이 남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한 평생을 푼다 해도 완벽하게 이야기하지 못할 차가 보이차며, 아무리 써도 메마르지 않는 이야기가 보이차 이야기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많은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옛 보이차 상품들을 집중조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보이차를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하여야 옳은가’에 중심을 두어 글을 썼던 것이 원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미흡하고 부족했던 글을 끝까지 읽어주고 격려와 질책을 함께 보내주신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면서 펜을 거두고자 한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