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일 토요일

보이차 이야기 13

칠자병차 속의 숫자보이차 ②

짱유화 교수의 보이차 이야기13

‘숫자보이차’의 어려움은 상품포장지 그 어느 곳에도 숫자에 관한 정보가 표기되어 있지 않는데 있다. 사실 숫자보이차의 탄생은 해외 시장인 홍콩을 겨냥한 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차의 포장은 357g×7편을 한 통에 담아, 12통을 대광주리에 담는 것이 전통포장법이다. 이때 상품의 출처를 알리는 전지를 만들어 대광주리에 한 장 넣은 것이 당시 유통의 관리 형태였다. 보이차 시장에서 이 전지를 가리켜 지비(支飛)라고 한다.

보이차의 지비 내용.

지비(支飛)에는 차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데, 상품명칭, 출고공장, 중량 특히 우리가 언급하고 있는 소위 칠자병차의 레시피 즉 7572, 7542 등과 같은 문구가 바로 이 ‘매두'란에 적혀있다. ‘매두’라는 단어는 중국의 표준어가 아닌 홍콩, 광동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 즉 영어인 ‘Mark’의 홍콩식 표현이다. 지비에서 매두(Mark) 문자의 삽입은 칠자병차의 출생이 홍콩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칠자병차에 관한 정보는 결국 광주리를 통째로 구매하지 않는 한 개별포장으로 된 보이차의 포장지만으로는 그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차에 관한 정보는 도매상들에게만 알려줄 뿐 소비자들은 상인들의 입에만 의지하는 이상한 유통구조로 변질되어 결국 ‘짝퉁 보이차’가 창궐하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보이차의 정보 부재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일부 보이차 애호가들, 특히 타이완의 마니아들이 칠자병차의 포장지들을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들은 수 십 종에 달하는 포장지의 재질, 인쇄명도, 글자의 차이점 등을 정리해 이를 토대로 소비자들에게 칠자병차의 진위에 관한 판별법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부분은 아래와 같다.

칠자병차의 포장지에는 둥근 원을 중심으로 상단에는 ‘운남칠자병차(雲南七子餠茶, 영어병기)’ 중앙에는 ‘팔중차(八中茶)’ 로고 그리고 하단에는 ‘중국토산축산진출구공사운남성차엽분공사(中國土産畜産進出口公司雲南省茶葉分公司, 영어병기)’ 등의 글자가 적혀 있다. 인쇄에서 판별할 수 있는 자료로는 상단 ‘운남칠자병차’에서의 ‘운(雲)’자와 ‘차(茶)’자의 상이점, 하단 ‘중국토산’부분에서 인쇄된 ‘중(中)’자의 크기 그리고 ‘팔중차’ 로고의 ‘차(茶)’자의 색상, 내비(內飛)에 인쇄된 ‘서쌍판납태족자치주맹해차창출품’라는 문구에서 ‘주(州)’자와 ‘출(出)’자의 차이점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내표(內票)의 대소(大小) 크기와 ‘인진배방(認眞配方)’라는 문구를 특별히 추가하여 편집한 내표 등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차성(茶聖)이라 불리는 육우(陸羽)는 <다경(茶經)>에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 “무릇 차의 좋고 나쁨은 오직 구전비결에 있다(茶之臧否存於口訣).” 그는 750년대에 “표피적이 아닌 차의 장ㆍ단점을 함께 논하고 감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차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이에 몇 가지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없으며 오직 구전비결에 따라 부단히 지식을 연마해야만 진정한 차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전한 바가 있다.

보이차의 지식과 정보를 공부하는데 있어 첩경 즉 지름길은 없다. 진정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부단히 보이차의 과학, 역사를 연마 그리고 연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 말은 보이차의 진위 판별법에 있어 포장지에서 나타난 여러 사안들은 결국 곁가지에 불과한 참고사항이라는 뜻이다. 육우의 일침은 오늘날의 보이차에도 유효하며 보이차 애호가들에게 많은 것을 사색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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