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5일 화요일

자사호의 양호

아래 글은 다소롬님 블로그에서 옮겨 왔읍니다.

<<차호(茶壺)와 양호(養壺) >>

1. 자사(紫砂)차호와 그 역사

중국의 차도구를 이야기하자면, 먼저 자사차호부터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중국 차도구에는 차호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핵심적인 차도구는 바로 차호이기 때문입니다. 또 차호 가운데서도 자사차호가 중국차를 대표하는 차호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역사상 북송(北宋)시기에 쟝쑤(江蘇)성 이싱(宜興)에서 이미 자사차호를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의 자사차호는 오늘날의 것처럼 애기주먹처럼 작지 않았고 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마시는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사로 만든 차주전자와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그런 자사차호는 명나라 정덕(正德)년간에 이르러 비로소 생산되기 시작합니다.

자사차호를 이야기하자면, 당시 이싱 교외에 있던 진스스(金沙寺)라고 하는 사원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그대 그 절에는 차마시기를 좋아하는 중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자사를 가늘게 빻아 차호를 만든 뒤 그것을 불에 구워 썼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전형적인 자사차호라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허나 아쉽게도 이것은 문헌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 그 승려가 만든 자사차호가 어떤 모양이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뒤 그 승려의 전통을 이은 어떤 이의 작품을 통해 그 모습을 짐작할 따름입니다.

당시 진스스에 방을 빌려 머물며 과거를 준비하던 우이산(吳이山)이라는 서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따라와 진스스에 머물고 있던 책심부름꾼 가운데 꿍춘(供春)이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진스스의 그 승려가 자사차호를 만드는 것을 보고 크게 흥미가 생겨서 임시방편으로 나무를 깎아 차호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일러 오늘날엔 꿍춘호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는 그 승려로부터 배워서 중국역사상 최고의 자사차호 제작가가 됩니다.

그 뒤 자사차호의 명가들이 등장했는데, 명나라 만력(萬歷)년간의 '4대가'가 대표적입니다. 그들은 퉁한(董翰), 자오량(趙梁), 웬창(元暢), 스펑(時朋) 등인데, 그들의 뒤를 이어 이우린(李茂林)이나 스펑의 아들인 스타빈(時大彬) 등도 이름을 날린 명가에 속합니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설 무렵에 이르면, 자사차호에 드디어 낙관을 새기는 습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차호의 모습도 다양해지며, 나름대로 격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사차호의 예술적 가치도 점점 높아집니다. 이제 자사차호는 실용성과 예술성의 결합체가 되어 중국차문화의 중요도구로 정착됩니다.

2. 자사차호의 뛰어난 점

자사차호는 왜 중국차문화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을까요? 그것은 나름대로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이며, 이런 뛰어난 점을 다른 차호가 대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사차호는 무엇보다 보온성이 뛰어납니다. 또 기(氣)가 잘 드나들며 오랫동안 사용하더라도 차호가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그러면서도 차엽의 향기나 맛을 다치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차엽의 성질을 잘 살려줍니다.

다음으로 자사차호는 예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가치는 오래 쓰면 오래 쓸수록 더욱 높아지는 자사의 성격 때문에 더욱 높은 가치를 평가받아 왔습니다.

3. 자사차호의 재료와 형태상 큰 갈래

일반적으로 자사차호는 형태상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자세하게 나누자면 끝이 없지만, 그렇게까지 살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꾸준히 관심을 두다 보면 그것은 차츰 저절로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큰 갈래의 처음은 기하형(幾何型)이고, 다음은 모방형(貌傍型)이며, 마지막은 근문형(筋紋型)입니다.

가. 기하형

기하형은 둥근 원형이나 네모난 방형 등의 형태를 단순하게 또는 복잡하게 이용한 것인데, 이런 차호의 외형은 간단소박한 경우가 많으며, 이 가운데 원형이 일상적으로 자주 쓰입니다.

나. 모방형

모방형은 말 그대로 나무나 열매나 동물 및 정자 등 여러 사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나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것인데, 이런 차호의 외형은 예술적, 문학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으로서, 일상적으로는 배나 복숭아 등의 열매를 형상화한 것과 거북이나 용 등을 형상화한 것이 많은 편입니다.

다. 근문형

근문형은 차호의 형태와 뚜껑의 형태 및 손잡이 등의 형태를 잘 배합하여 그것을 비례비로 묘사해낸 차호를 가리키는데, 그 기준은 사람과 그 문화를 잘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흔히 실용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고급형 다기에서 이런 형식을 자주 보게 됩니다.

사실 자사차호라고 할 때, 자사가 꼭 자색인 것만은 아닙니다. 자사차호의 재료를 자사 도는 자사토광(紫砂土廣, 광자는 흙토변에 쓰지만 지원안됨)이라 부르는데, 차호의 재료로 열처리가 안된 자사는 광물성 덩어리이며, 기본색은 3가지입니다. 이것을 일러 각각 자니(紫泥)와 주니(朱泥)와 본산녹니(本山綠泥)라고 부릅니다.

그 가운데 본산녹니는 열처리를 할 경우, 약간의 누른 빛을 띠게 되어 마치 마른 대나무와 비슷한데 이를 일러 단니(緞泥)라고 부릅니다. 그밖에 열처리를 한 경우 고동색을 띄는 남니(藍泥)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이쓰이는 것은 자니입니다. 그래서 통칭 자사라고 하거나 자니라고 하며 자사광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에는 화학적 기술의 세분화로 이런저런 다양한 빛깔의 자사차호가 나오며, 이런 것들을 섞어서 다시 특이한 빛깔의 자사차호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자사차호가 자빛이라는 생각은 버리되, 단 자사광이 아닌 다른 화학재료를 넣은 것과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자사차호를 선택하는 방법

자사차호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물론 실용성입니다. 아울러 예술적 공예성도 가진 것이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아무튼 실용성이 없는 차호는 아무리 예술적으로 보이더라도 이미 차호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요즘에는 순수예술성 차호가 이른바 명가들에 의해 곧잘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실상을 저버린 오늘날의 행태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자사차호는 좋은 자사광을 쓴 것이어야 합니다. 또 자사광을 잘 열처리한 것이어야 하는데, 잘 열처리된 좋은 자사광으로 만든 차호는 자사광에 함유된 철분으로 말미암아 단단하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길 경우, 맑은 금속성의 소리를 내게 됩니다. 지나치게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은 자사광이 아닌 다른 물질 예를 들어 흙 등이 많이 함유되었음을 뜻합니다.

그밖에도 가격과 비교하여 적당해야 하며, 사용하고자 하는 용량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또 외관이 깨긋해야 하며, 흠집이나 특별히 약한 부분이 있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래 기준에 따라 자사차호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가. 먼저 차호에 물을 반 정도 붓고 뚜껑을 닫은 다음, 손으로 차호뚜껑의 작은 구멍을 막습니다. 그리고나서 차호를 기울여 차호의 출수구로 물이 흐르거나 뚜껑과 차호의 틈으로 물이 흐르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를 절수(絶水)시험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절수가 제대로 된 차호인데, 절수가 제대로 되는 차호여야만 차를 우릴 때 차의 향기가 제대로 응어리져 차향이 잘 보존되며 또한 차탕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를 우릴 때 열상을 입을 염려가 없습니다.

물론 절수가 제대로 안되는 차호라도 세라믹 연마제 등을 이용하거나 뚜껑을 시계방향으로 계속 돌려서 차호와 마찰시키는 방법으로써 차호와 차뚜껑을 조심스럽게 잘 갈아서 절수가 되게 할 수 있으나, 수공으로 만든 비싼 차호는 이렇게 갈아내는 것을 금기로 여기므로, 미리 확실하게 검사를 해야 합니다.

나. 물을 따를 때 물은 반드시 똑바로 부드럽게 물길이 꼬이거나 흔들리지 않고 잘 흘러야 합니다. 이런 것을 시험하는 것을 '출수'(出水)나 토수(吐水)시험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차호의 선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다. 차호에서 뚜껑을 빼고 차호를 탁자 등 평평한 곳에 올려놓았을 때, 차호의 입구(호구, 壺口)보다 차취(茶嘴, 차호의 부리 즉 차호의 출수구)의 높이가 거의 비슷해야 합니다. 만약 호취가 호구보다 높으면, 차를 따를 때 차가 호구로 넘칠 수 있고, 거꾸로 호취가 호구보다 낮으면 찻물이 차호에 가득 찰 수가 없어서 물이 차기도 전에 호구로 흘러 나올 것입니다. 이런 두 가지 경우는 좋은 차호라고 볼 수 없습니다.

라. 차호의 겉모습이 깨끗하고 완전해서 마치 거울처럼 깔끔한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차호의 안쪽도 깨끗해서 흙냄새나 쇠냄새 및 다른 이물질의 냄새가 없어야 합니다. 또 더러운 색상이 남아있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마. 차호를 손에 잡고 차호의 뚜껑을 벗겨서 그것으로 호구를 가볍게 문질러보면 쟁쟁거리면서 높고 맑은 금속성의 소리가 나야 합니다. 이것은 차호의 재질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뜻하며, 또 제대로 된 온도에서 구워냈다는 것을 뜻할 뿐 아니라, 자사광의 풍화처리나 열처리가 잘 되었음을 뜻합니다. 그렇지 않고 저음의 둔탁한 소리가 나거나 지나치게 날카로운 소리가 나면 좋은 차호라고 볼 수 없습니다.

바. 차호에 물을 가득 부어서 손으로 들어보아야 하는데, 이때 제대로 된 차호는 중심이 잘 잡히지만, 그렇지 않은 차호는 한쪽으로 무게가 기울게 됩니다.

사. 공장제 차호와 물레를 이용한 수공차호 및 순수공차호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서 실물을 보면서 구분하는 것이 좋으며, 일단은 공장제 차호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값이 싼 차호 가운데 수공차호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밖에도 몇가지 주의사항이 있지만, 이 정도만 숙지하시면 자사차호를 선택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5. 새로 구입한 차호의 처리법

차호는 그 어떤 것이든 가마에서 구워낸 것이기 때문에 가끔 이상한 맛과 냄새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통칭해서 불기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헙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그대로 두고 차를 우려내면 차맛과 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을 청결하게 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먼저 아고(牙膏)나 그릇 씻는 세척제 등을 사용해서 차호의 안팎을 깨끗이 닦아내야 합니다. 일반 수세미를 써도 되지만 차호 전용세척도구를 쓰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런 전용세척도구는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부드러운 헝겊 행주로 씻으면 됩니다. 다만 괴상한 냄새가 나는 헝겊 등이나 화학세제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씻어낸 차호는 뚜껑을 벗겨서 함께 상온의 물에 넣어 끓여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물이 끓기 시작하면 5~10분 정도를 더 끓인 다음, 불을 끄면 되는데, 이때 물이 끓으면서 차호와 뚜껑이 서로 부딛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부딛치면 파손의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강제로 식히지 말고 잘 건져서 저절로 마르면, 그때부터 차호를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 처리한 차호를 바로 차를 우리는 데 쓰지 않고 한참동안 우려낸 찻물을 담는 공도배(公道杯)처럼 쓰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일정한 찻물이 제대로 들면 더욱 좋은 차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호는 차의 향기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같은 차나 비슷한 차를 우리는 데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묻고 답하기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6. 어떻게 양호를 시킬 것인가

차호를 처음 쓸 때는 그 표면의 빛깔이 맑거나 윤기가 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유약을 써서 만들었거나 인공적 연마제로 거울처럼 다듬었을 경우, 윤기가 나기도 하지만, 차호는 오래 잘 쓸수록 그 빛갈이 윤택해집니다. 또 훨신 단단해집니다. 이렇게 하는 관리법을 양호법이라고 합니다.

양호가 되려면 일단 비슷하거나 같은 차종의 향기 등이 차호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차호의 미세한 공기구멍이 잘 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차호를 제대로 씻어서 말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차를 우리면서 차호의 안팎을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차를 우리면서 차호의 밖에도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차호의 내벽과 외벽의 온도가 비슷해야 차호는 숨을 제대로 쉽니다.

또 차호의 사용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깨끗하게 뜨거운 물로 씻어두어야 합니다. 갑자기 찬물로 씻을 경우, 차호의 기공이 닫히거나 막힐 수 있습니다. 내외를 깨끗하게 앃은 다음, 안쪽은 저절로 마르게 하고, 바같쪽은 양호건(養壺巾) 등으로 가볍게 닦아서 그늘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다가 끝에서 대충 줄이는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핵심체크 가운데 차호 부분은 여기서 줄입니다.

다음에는 자사차호를 제외한 여러 차구와 그 재질에 대해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