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일 토요일

보이차 이야기 20

보이차의 발효

짱유화 교수의 보이차 이야기 20

청병의 자연발효.

보이차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듣는 용어가 미생물발효와 자연발효다. 미생물발효와 자연발효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보이차라는 상품이 학문의 영역에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차의 발효’에 관한 정의는 미생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차의 과학 즉 차의 제조법에서 말하는 ‘발효’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아니라, 찻잎 속에 함유된 주성분인 폴리페놀(Tea polyphenols)이 폴리페놀옥시다젠(Polyphenoloxidase)이란 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황색을 나타내는 데아플라빈(Theaflavin)과 적색의 데아루비긴(Thearubigin) 등으로 변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성분의 복합적인 변화에 의해 독특한 향기와 맛, 수색(水色)을 나타내는 작용을 말한다. 즉 찻잎을 가공할 때 카테킨을 위시한 여러 종류의 화학성분의 산화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그동안 차류(茶類)의 영역 밖에서 별로 취급받지 못한 차, 혹은 새로이 발견되어 연구 대상으로 오르는 차들의 발효에 미생물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것을 기존의 제조법에서 말하는 발효와 구별할 필요가 있어 이를 ‘미생물발효차’라 명명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이차다.

문제는 보이차 시장에서 청병과 숙병이라는 두 가지 상품을 우리가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효에 대한 이해부족의 상태에서 보이차를 접근하다보니 자연히 미생물발효와 자연발효의 의미를 헷갈려 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생물이란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한 생물의 총칭으로 세균, 곰팡이, 효모, 남조류, 바이러스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지구상에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고 할 만큼 미생물은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찻잎은 차나무에서 떨어지는 순간 미생물로부터 오염되는 것이 보통이며, 고온을 통한 살청공정에서 대부분 소멸되나 비비기의 유념공정에서 또 다시 오염되는 것이 미생물의 실체다. 이후 여러 차례의 열처리 공정을 거쳐 찻잎이 완전히 건조되었을 때 비로소 대부분의 미생물들이 찻잎에서 사라진다. 이는 곧 어느 차류의 가공이든 미생물의 관여가 불가피하며, 그 관여의 정도가 주류가 아닐 경우 우리는 이를 ‘미생물발효’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 차의 과학이다.

이와 반대로 숙병보이차의 발효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미생물을 대량 키워 차의 산화를 가속화시키는 방법이므로, 차의 가공과정에서 주된 역할이 미생물이었기에 이를 ‘미생물발효’라고 한다.
그렇다면 차의 미생물발효 과정 중에는 자연발효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가? ‘자연발효’란 산화효소가 전혀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직 산소를 통해 이루어진 차의 산화를 말한다. 공기 중에는 늘 20% 가량의 산소가 존재한다. 산소는 다른 원소와 친화력이 강하여, 비활성기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원소와 반응을 일으켜 산화물을 만든다. 차의 화학물질 중 폴리페놀, 아스코르빈산(비타민C), 알데히드, 케톤, 유지질 등 화학물들이 모두 산소를 통해 자연 산화될 수가 있다. 물론 온도, 습도, 광선, 산소 등 산화인자의 폭에 따라 자연산화의 진행도 정비례로 빠를 수가 있다.

정상적인 차의 가공에서 미생물이 참여할 수 있듯이 미생물발효 공정에서도 산소가 참여할 수가 있다. 미생물발효와 자연발효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차의 발효에서 누가 가공공정의 주체이냐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산화효소로 인한 발효와 산소를 통한 발효가 함께 진행되는 것도 ‘보이차의 발효과학’이며, 이러한 발효이론의 연장선에서 청병과 숙병을 논해야 비로소 보이차 발효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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