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일 토요일

보이차 이야기 19

짱유화교수의 보이차이야기]19. 정보화 사회의 허식④ /
홍청녹차가 보이차일 수 없는 까닭

녹차의 품질은 녹차가공 중 첫 번째의 공정인 살청에서 결정된다. 살청공정에서 산화효소를 얼마나 잘 파괴했느냐에 따라 녹차의 질이 달라진다. 보이차가 녹차와 등식이 될 수 없는 것은 살청공정에서부터 그 개념이 다르게 쓰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이차의 원료로 쓰인 찻잎은 살청공정을 하기 전에 이미 산화된 것이 보통이다.

찻잎은 차나무에서 채취한 후에도 호흡을 계속한다. 호흡에는 산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찻잎을 두껍게 쌓아 놓을 경우 무산소호흡으로 인한 산소의 결핍과 호흡으로 통해 생산된 열량에 의해 찻잎이 산화된다. 심할 경우 암모니아 냄새 같은 악취마저 풍긴다. 그래서 찻잎의 시들이기 작업을 할 때는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일정한 두께로 찻잎을 쌓아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보이차는 어떤가? 차 소작농들은 찻잎을 쌓아 놓는 두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마음에 가는대로 찻잎을 쌓아둔다. 그래서 살청공정을 하기 전 대부분의 잎은 이미 산화 변질된다. 녹차를 만들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보이차 만드는 과정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녹차의 경우 살청공정은 철저히 산화효소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보이차의 경우 산화효소와 관계없이 찻잎을 보다 쉽게 비비기 위해 숨을 죽기는 것이 살청의 목적이다. 이것이 보이차의 살청 개념이 녹차의 살청과는 다른 까닭이다. 또한 산화효소 파괴에 의미를 두지 않는 과정에 과연 ‘살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도 타당한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분분하다.

보이차의 선엽(鮮葉)은 살청과 관계없이 대부분 산화된 상태로 존재되고 있다. 물론 비비기 과정에서도 산화는 계속된다. 보이차는 산화를 좋아한다. 산화효소가 살아있어야 훗날 후발효작용에 의한 바른 보이차의 맛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보이차를 햇볕에 쬐어 건조시켜 마무리하는 것도 산화효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롯된 작업이다. 보이차의 살청이 비록 녹차의 살청과 다르더라도 고열을 통한 숨죽기기 공정에서 상당한 산화효소가 실활(失活) 또는 혼미상태에 놓이게 된다. 녹차의 경우 살청공정에서 찻잎의 온도 즉 엽온(葉溫)이 90℃ 이상으로 올라가면 산화효소는 단시간 내에 활성을 잃어버리거나 파괴된다. 또한 단시간 내의 고온쾌속건조방법인 초청(炒靑) 또는 홍청(烘靑)의 건조온도는 대체로 120~140℃이므로 산화효소는 더 많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완성된 녹차의 수분 함수량이 4~6% 사이이기에 추후의 산화작용을 차단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화효소의 철저한 소멸공정은 녹차가 묵힐수록 맛이 없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반대로 고열과정에서 실활 또는 혼미상태에 놓인 산화효소 중 특히 폴리페놀 옥시다젠은 햇볕에 쬐여 말리는 과정에서 산소와 수분의 참여 그리고 저온환경에서 산화효소의 회생은 추후 보이차의 후발효공정에서 결정적 산화인자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화학반응은 보이생차 뿐만 아니라 소위 미생물발효이라 불리는 보이숙차에도 적용된다. ‘악퇴발효(渥堆醱酵)’ 공정이란 폴리페놀물질들이 미생물의 작용 아래 발생되는 극렬 복잡한 생물들의 전화(轉化)와 촉매작용에 의한 일렬적인 화학반응이기 때문이다.

햇볕을 통해 말린 찻잎 즉 쇄청법의 찻잎에는 강한 햇빛 냄새(日晒味)가 배어난다. 이는 햇빛 속의 자외선이 공기 중의 일부 산소를 악취로 변환시키는 작용과 이러한 악취가 찻잎속의 일부 물질들과 산화작용을 일으켜 발생되는 냄새다. 예를 들어 시스테인(Cysteine, 아미노산의 하나)이라는 물질이 빛의 작용아래에서는 Ethyl mercaptoacetate로 전환되어 강력한 햇빛 냄새가 생겨나고, 찻잎의 Heptadiene, Pentenol, Hexanol 등의 물질들이 햇볕에 쬐이게 되면 거칠고 비린 냄새의 성분들이 다량으로 증가되어 쇄청모차로 하여금 악취를 풍기게 한다.

이러한 휘발성 냄새들이 녹차에 적용되면 녹차의 질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보이차일 경우 보이차의 진위를 판별하는 잣대로 한 몫을 하고 있다. 홍청법으로 말린 녹차가 보이차로 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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